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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세상 모든 엄마와 딸을 위해” 차정윤 감독의 여성영화 <상주>

“인권은 여성 권리, 여성 권리가 인권.”
세계 여성 인권 실현의 선봉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한마디입니다. 이런 여성 인권 대변자는 CJ문화재단 스토리업 지원 단편영화 감독 중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요. 바로 차정윤 감독입니다.

2016년 영화 <나가요: ながよ>로 같은 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아시아 단편 경선 최우수상을 거머쥔 차 감독. 이런 그녀가 올해에는 CJ문화재단 스토리업과 함께 새 단편영화의 신호탄을 쐈습니다. ‘여자의, 여자에 의한, 여자를 위한’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영화 <상주>의 촬영 현장 속으로 가보실까요?

차정윤 감독 X <상주>팀, ‘케미왕’의 발견

상주 촬영현장

9월 19일 오후,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에 위치한 <상주> 촬영장에 도착했습니다. 영화는 11월 16일 베트남 CGV Viancom Landmark에서 열리는 교류 상영회를 통해 첫 선을 보이게 되는데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제작부터 연출, 촬영, 소품, 스타일리스트까지. 각자 위치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스태프들로 가득합니다. 저기 오른쪽에는 대본을 체크 중인 차정윤 감독도 보입니다.

상주 촬영현장 차정윤 감독

“<상주> 슛 들어가요. 레디 액션!”

일사불란하게 촬영 준비를 마친 <상주>팀. 현장은 슬레이트 마찰음과 동시에 날 선 긴장감이 엄습했습니다. 쥐 죽은 듯 조용해진 분위기 가운데 모두가 쉴 틈 없이 움직입니다. 감독은 매의 눈으로 현장을 지휘하고요, 옆에 앉은 스태프는 빠른 손으로 스크립트를 써 내려갔죠.

박성연 배우

그런데 저기, 녹색 옷을 입은 배우. 어딘가 낯이 익습니다. 네, 박성연입니다. 지난 5월 개봉한 영화 <독전>에서 수화 통역사로 열연을 펼친 분이죠.

박성연은 이번 작품에서 50대 가정주부로 분합니다. 결혼 후 자신의 이름을 잊고 살다가 뜻밖의 만남을 통해 잃어버린 자아를 되찾게 되는 여성의 일대기를 보여줄 예정입니다. 안정감 있는 연기력, 풍부한 경험이 기대를 더 합니다.

차정윤 감독 작업 모습

“화면에 걸리는PC 모니터 밝기 살짝 어둡게 바꿔볼까요?”
“조명 장치를 조금만 더 틀면 조명이 훨씬 좋을 것 같은데 어때요?”

긴 촬영 끝에 잠깐의 휴식을 갖는 <상주>팀. 커피 마시며 쉬기 보다, 각자 맡은 부분을 한 번 더 점검하는데 열중합니다. 삼삼오오 모여 서로의 의견을 주고 받는 감독과 스태프들을 보니 ‘환상의 케미스트리’라는 단어가 절로 떠올랐죠.

이렇게 완벽한 현장을 만들어가는 차정윤 감독. 촬영이 마무리되자, 문득 작품에 대한 그녀의 생각이 궁금해졌습니다. <상주> 소개를 시작으로 차기작 계획까지 다양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 인터뷰 시간을 가졌습니다.

여성인권, 차정윤의 작가적 신념

여성인권 차정윤 감독의 생각

Q. 오늘 촬영에 돌입한 단편영화 <상주>, 어떤 내용의 작품인지 궁금합니다.
A. 상주란 이름을 가진 50대 중년 여성의 스토리에요. 누군가의 아내 또는 엄마죠. 자기 이름을 잃어버리고 살았던 여자가 낯선 누구를 만나고, 짧은 여행 이후에 겪는 사건들을 통해 잃어버린 자기 자신을 만나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Q.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예전부터 엄마를 주제로 한 영화를 제작하고 싶었어요. 많은 어머니들이 육아와 살림에 치여 자신을 잃고 사는 경우가 많잖아요. 지금 당장은 누구의 엄마이자 아내로 살지라도, 한 여성으로서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아름답고 귀하다는 것을 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Q. 촬영할 때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
A. 우리 영화의 포인트는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 상주의 감정선이에요. 그녀가 보고 느끼는 것의 변화를 놓치는 부분 없이 따라가야 하죠. 그래야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을 완벽하게 보여드릴 수 있어요.

차정윤 감독 인터뷰

Q. 작품 준비 과정에서 겪은 에피소드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나요?
A. 다사다난했어요. 50대 중년 여성 역할에 작품을 원톱으로 이끌 배우를 찾는다는 게 쉽지 않았거든요. 그러다 우연히 연극배우 친구로부터 우리 작품 주인공으로 박성연 배우님이 적격이라는 조언을 얻었죠. 사진을 보는데, ‘내가 찾던 배우다!’라는 생각이 번쩍 들더라고요. 처음에는 메일로 장문의 편지를 보냈어요. 살면서 처음 써본 러브레터였죠. 하지만 배우님의 바쁜 일정으로 사실상 고사였어요. 이런 상황에도 포기하지 않았죠. 다음엔 전화를 걸었어요. 뜨거워진 전화기를 붙들고 30분 넘게 설득했어요. 이런 노력 끝에 배우님을 캐스팅하는데 성공했죠.

Q. CJ문화재단 스토리업을 통해 <상주>를 제작 중인데, 어떤 장점이 있나요?
A. 크고 작은 혜택으로 든든함을 느끼고 있어요. 우선, 영화 제작자 처지에서 제 시나리오를 선택해줬다는 것에 감사하고요. 단편영화지만 결코 작지 않은 규모의 <상주> 제작지원을 도와준다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CJ문화재단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찍을 엄두도 내지 못했을 거예요. 이번 기회를 통해 좋은 멘토도 얻었어요. 면접 심사 때 만난 김은영 PD님인데요. 촬영에 관련된 조언도 아낌없이 해주시고, 격려도 많이 해주셨어요.

차정윤 감독의 계획

Q. 앞으로의 작품 방향과 계획도 궁금합니다.
A. 의도한 건 아닌데, 항상 여성 인권에 대한 주제를 다루게 돼요. 자신을 당당하게 지켜나가고, 가장 나답게 살아가는 모습. 이걸 관객에게 끊임없이 보여주고 싶어요. <상주> 이후의 작품도 변함없을 것 같아요. 사람이 굳이 무엇을 해서 예쁜 게 아니라, 그냥 자체만으로도 소중하다는 것을 전할래요.

Q. 영화감독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 한마디 전해주세요.
A.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외로운 작업인 것 같아요. 수많은 사람들과 부딪히지만 결국 혼자일 수밖에 없는 시간이 많거든요. 이걸 버티기 위해서는 주위에 좋은 동료가 많을수록 좋아요. 일하며 나눈 웃음과 좋은 기운이 힘이 되어 돌아오거든요.
저와 같이 시작하는 단계의 감독들에게는 CJ문화재단을 적극적으로 추천해요. 스토리업 단편영화 제작지원을 통해 비용, 멘토의 부재 등의 난관을 겪지 않고 오롯이 제작에만 집중할 수 있거든요. 작품 제작비 지원은 물론 영화 제작 및 후반 작업 관련 전문가 코칭이 제공되죠. 또 글로벌 무대 진출의 기회도 주어진다니 더없이 좋은 기회잖아요. 저 또한 혼자 작품을 계획했던 때보다, 훨씬 더 좋은 영화를 완성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촬영에 임하고 있습니다.

촬영에 한창인 스토리업 단편영화 제작지원 부문 <상주>의 제작 현장을 전해드렸습니다. 영화는 CJ문화재단 ‘단편영화 제작지원 사업’을 통해 수준 있는 작품으로 완성된 후에 국내외 영화제에 출품됩니다. 더 좋은 여성 인권 영화를 위해 땀 흘리는 <상주>팀과 감독에게 따뜻한 응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