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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중국 차세대 영화감독들이 선정한 ‘나의 인생 한국영화’

훌륭한 감독 뒤에는 감독을 만들었던 훌륭한 영화가 있었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그의 시나리오 작업을 위해 존 포드 감독의 <수색자>라는 영화로 영감을 얻는다고 하죠. <미드 나잇 인 파리>의 감독 우디 앨런은 잉그마르 베르히만의 작품에 심취하여 많은 장면을 오마주 하기도 했습니다.

차세대 청년영화인들의 문화교류 장이 될 제5회 한중청년꿈키움단편영화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수상의 영예를 거머쥔 감독들인 만큼, 남다른 ‘인생 영화’를 하나씩 갖고 있을 것 같은데요. 그래서 감독들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의 인생 한국영화는 무엇인가요?” 두안윈총, 리위씽, 공지웨이, 롼펑이 감독의 대답을 함께 만나보시죠.

MOVIE 1. 공지웨이 감독의 첫 번째 추천
‘인간의 욕망과 악에 대한 성찰’ 나홍진 감독의 <황해>

이 영화는 저의 자아를 드러낸 것입니다   공지웨이 인터뷰 중

“이 영화는 저의 자아를 드러낸 것입니다”
– 공지웨이 인터뷰 중

이번 영화제에서 <그림자의 영결식>이라는 작품으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공지웨이 감독. 공지웨이 감독은 영화를 통해 질투와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습니다. 영화 속 한 소년은 자신이 욕망하는 것들을 장롱에 밀어 넣지만, 결국 자신이 원하는 남들의 인정과 찬란한 삶은 찾아볼 수 없게 됩니다. 그 결과 소년이 느끼게 되는 슬픔과 공허함을 영상에 그대로 담아냈습니다.

나홍진 감독 황해스틸컷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나홍진 감독 <황해>스틸컷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공지웨이 감독은 나홍진 감독의 <황해>를 추천했습니다. 배우 하정우씨의 ‘먹방 짤’로 유명해진 영화이기도 하죠. 나홍진 감독은 <곡성>, <추격자>등에서도 스산한 분위기와 한 인간이 욕망으로 인해 어떻게 파멸하는지에 대해 연출했는데요. <황해> 역시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잘 보여주는 영화로 두 감독들의 공통된 의도가 잘 드러나는 듯 합니다.

MOVIE 2. 공지웨이 감독의 두 번째 추천
‘인간 악에 대한 근본적 탐구’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가식적인 나를 탈피하고 진실된 나의 모습과 맞서고 싶습니다   공지웨이 인터뷰 중

“가식적인 나를 탈피하고 진실된 나의 모습과 맞서고 싶습니다”
– 공지웨이 인터뷰 중

공지웨이 감독은 박찬욱 감독의 작품도 즐겨본다고 하는데요. 특히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를 ‘최애’ 영화로 꼽았습니다. <올드보이>는 한 남자의 오랜 복수를 그린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제 57회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한국 영화를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죠.

박찬욱 감독 올드보이 스틸컷

박찬욱 감독 <올드보이> 스틸컷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공지웨이 감독과 박찬욱 감독의 작품은 ‘인간의 악에 대한 근본적 탐구’를 그린다는 점에서 닮아 있습니다. 스산하고 어두운 분위기와 배경음악, 심오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영화를 두 개나 꼽은 공지웨이 감독의 일관된 취향도 엿볼 수 있습니다.

MOVIE 3. 리위씽 감독의 추천
‘욕망을 원하는 자, 그것에 반하는 자’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누가 틀리고 맞는지 그려내기 보다는 90년대 중국의 모습 그대로를 그려내고 싶었습니다  -리위씽 인터뷰 중

“누가 틀리고 맞는지 그려내기 보다는 90년대 중국의 모습 그대로를 그려내고 싶었습니다”
-리위씽 인터뷰 중

리위씽 감독은 이번 영화제에서 <총을 든 소녀>로 감독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작품은 90년대 말 관광지 개발지역에 사는 할아버지와 손녀딸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할아버지는 개발을 필사적으로 반대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개발을 밀어붙이며 인물들의 갈등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손녀딸은 이 과정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영화의 주제를 더욱 선명히 만들어 줍니다.

리위씽 감독은 이번 영화제에서 총을 든 소녀로 감독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작품은 90년대 말 관광지 개발지역에 사는 할아버지와 손녀딸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할아버지는 개발을 필사적으로 반대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개발을 밀어붙이며 인물들의 갈등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손녀딸은 이 과정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영화의 주제를 더욱 선명히 만들어 줍니다

박찬욱 감독 <아가씨> 스틸컷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리위씽 감독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즐겨본다고 했는데요. 그 중에서 박찬욱 감독의 최신작인 <아가씨>를 꼽아보았습니다. 원작 소설 ‘핑거 스미스’를 원작으로 하는 <아가씨>는 인간의 욕망과 구원을 그리고 있습니다. 옥주(숙희)의 이야기와 히데코의 이야기를 통해 뛰어난 영상미와 감각적인 음악 등이 한데 어우러져 ‘종합 예술 세트’라는 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끝없이 인간은 늘 새로운 것을 원하고, 그것에 반대하는 사람들과의 힘의 결합이 두 영화 안에 잘 어우러져 있습니다.

MOVIE 4. 롼펑이, 두안윈총 감독의 추천
‘삶은 직관과 은유의 메타포’ 이창동 감독의 <버닝>

 이민자들이 결코 화려하고 좋은 삶을 사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롼펑이 인터뷰 중

“이민자들이 결코 화려하고 좋은 삶을 사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롼펑이 인터뷰 중

<언니>라는 작품의 롼펑이 감독.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담아 ‘자전적 단편영화’를 완성했습니다. 1997년 LA, 화려해 보이지만 실은 낯선 환경에서 어려움을 겪는 가족이 영화에 등장하죠. 인터뷰를 통해 “가족에게 이 영화를 바친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소통을 원하고 갈망하면서도 두려워하는 인간관계의 고독을 그렸습니다  - 두안윈총 인터뷰 중

“소통을 원하고 갈망하면서도 두려워하는 인간관계의 고독을 그렸습니다”
- 두안윈총 인터뷰 중

<고요한 밤의 사색>으로 각본상을 수상한 두안윈총 감독은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고독’을 표현했습니다. 데이팅 앱으로 만난 젊은 남녀는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힘든 현실 앞에 결국 헤어지게 되는데요. 남자가 느끼는 외로움과 고독함이 영화로 잘 드러납니다. 베이징의 화려함과 반대되는 판자촌을 연출하고 카메라 앵글을 관찰자로 연출하는 등의 시도를 통해 홀로 남은 남자의 감정을 스크린으로 전달했습니다.

이창동 감독 버닝 스틸컷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이창동 감독 버닝 스틸컷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두 감독은 한국 인생 영화로 이창동 감독의 <버닝>을 꼽았습니다. 이 영화는 '종수'라는 캐릭터와 그 주변 인물들의 관계에 있어, 묘한 메타포(은유)를 담고 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이 마주한 다양한 상황들을 미스터리하게 묘사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큰 호평을 받았습니다. 이창동 감독이 소설가 출신이었다는 점도 관객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죠. 두 중국 감독이 이 영화를 꼽은 이유도 열린 결말과 무수하게 많은 의미들의 매력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제5회 한중청년꿈키움단편영화제에서 수상한 감독들의 ‘인생 한국 영화’를 살펴봤습니다. 차세대 중국 감독들이 한국영화에 대해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영화를 추천해준 점에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한중청년꿈키움단편영화제가 한국과 중국의 영화인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교류할 수 있는 지원의 장으로 발돋움하기를 기대해봅니다.